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기는 싫어/퇴근하고 시작되는 부업 일기

군대에서 어문회 한자2급 자격증 땄던 썰 (10년 전의 성공이 만들어준 자존감 상승, 자소서 쓸거리, 취업 스펙)

REVIEW WANG 2020. 5. 30.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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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티끌부자입니다.

 

금요일이라 평소였으면 신나는 하루를 보냈을 법도 한데 오늘은 기분이 많이 구리네요. 그래서 10년 전에 나름 성공적인 일화를 떠올리며 기분전환을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10년 전 군생활하며 한자 자격증을 딴 이야기입니다.

 

선임의 추천으로 한자 자격증 따기로 결심하다

 

저는 거제도 레이더기지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몸으로 하는 훈련은 거의 없어서 육체적으로는 편했지만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해서 정신적으로는 피폐했죠. 다행히 인복이 있어서 좋은 선임을 만나 군대에서 힘든 시간도 버티고 의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선임을 S선임이라고 하겠습니다.

 

 

군 복무 시절 당시 제 꿈은 변리사였고 S 선임에게 말했더니 전역 전에 한자 자격증을 따면 변리사 공부할 때 도움이 될거라고 추천해줬습니다. 자기도 한자를 공부해보고 싶어서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구요. 게다가 자격증 따면 2박 3일 포상 휴가도 나갈 수 있었습니다. 솔깃했죠. 저는 좋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실천하는 타입이라 그 날 집에 전화해서 한자 2급 책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2급은 2300자를 외워야합니다. 그리고 이왕 시험 보는 거 가장 어려운 어문회 시험 대비용으로요. 저희 기지 내 한자 자격증 열풍이 불어서 선임과, 저 뿐만 아니라 꽤 많은 병사들이 한자 책을 사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오로지 합격만 생각하고 일과 시간 외에 한자 공부에만 올인!

 

그렇게 해서 2010년 7월부터 한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010년 10월에 있을 시험을 목표로 공부했구요. 그 당시 저는 이등병이었습니다. 당돌하게 이등병이 한자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죠. 평일에는 일과가 끝나고 보통 2시간의 자유시간이 있고,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잠 자는 시간 줄여서 야간 공부를 2시간 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하루에 4시간은 공부할 수 있었어요. 물론 이등병때였어서 짬찌라서 일 도와줄 거 생기면 바로 깨깽하고 달려갔고, 군인이라 예측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나머지 시간은 개빡세게 집중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제가 공부하는 걸 안 좋게 보는 선임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등병이 군생활 X나 편하게 하니까 쉬는 시간에 안 쉬고 공부나 한다고요ㅋㅋㅋㅋ 군대에 다 좋은 사람들만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 앞에서 욕하거나 싫은 티 낸 선임 없었다는게 축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진짜 미친 놈처럼 공부 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자만 주구장창 외웠습니다. 그랬더니 한자에 미친놈처럼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글자를 한자로 해석하게 되더라구요. 예를 들어 누가 해석이라는 단어를 말했으면 "아! 해는 풀 해자, 석은 풀 석자다!"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시험 한달전부터는 모의고사 문제집도 가져와서 겁나 풀었습니다. 

 

이렇게 공부한채로 11월에 시험을 보러 민간 학교에 가서 일반인들과 함께 시험을 치렀습니다. 크 그때 저만 홀로 부대를 나가서 바깥 공기를 맡는 상쾌함이란... 던킨도너츠도 사먹구요ㅋㅋㅋ 꿀 같은 기억이네요.

 

결과는 합격...! 우리 부대에서 또누가 합격했을까?

 

시험을 치고 한달 뒤에 ARS 전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군대 내에 핸드폰이 간부에게만 있어서 하사님 전화를 빌려 확인했었어요. 150점 만점에 125점(커트라인 105점)을 맞아 합격했다는 기계 여자 목소리를 들었을 때의 기분이란.! 그때 노력과 노력에 따른 보상의 맛을 제대로 맛봤던 것 같아요. 군생활 중 짬찌 시절, 저를 갈구고 무섭게 대하던 선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울며 잠들기도 했었는데 그런 스트레스를 싹 다 날릴만큼 달콤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저희 부대 총 인원이 30명이었는데, 그때 저와 S 선임을 포함한 6명 정도가 한자 자격증 취득을 위해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꾸준히 공부한 것도, 시험을 본 것도, 자격증을 딴 것도 유일하게 저 혼자였습니다. 그리고 어문회 한자 2급 자격증을 딴 병사는 부대 뿐만 아니라 대대, 연대 내에서 제가 전역하기 전 제가 유일했을 겁니다. 10년 전의 제가 자랑스럽네요!

 

 

솔직히 그때 외웠던 한자 2300자는 다 까먹었습니다. 지금은 제 이름만 한자로 쓸 줄 압니다. 하지만 그때의 성공의 경험으로 한자 자격증을 취업 스펙에도 썼었고 이 일화를 자소서에서도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제 내면의 깊은 자존감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오늘처럼 힘든 일이 있을 때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잘했어 멋있어 내가 최고야. 한자 2급 자격증 땄던 10년 전의 이등병의 나! 우쭈쭈 해주며 오늘 편안하게 잠들길 기원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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